무선이어폰 시장을 부활시킨 에어팟(AirPods)...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가 무선이어폰 시장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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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이어폰 시장의 규모. 2018년에는 총 4600만개의 무선이어폰이 판매되었고, 2020년에는 1억 3천만개가 판매될 것으로 예측된다)
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총 4600만 개의 무선이어폰이 판매되었으며, 이 총판매량의 76%에 육박하는 3500만대는 단일 모델인 애플의 에어팟(AirPods)이 차지한다.
또한, 카운터포인트는 무선이어폰 시장이 폭발적으로 계속 성장하여 2020년에는 총판매량이 1억 3천만 대에 가까워지리라 전망한다.
2018년 총 아이폰 판매량은 약 2억 1천 7만대. 만약 아이폰 사용자만 에어팟을 구매했다고 가정하면 2018년에 아이폰을 구매한 모든 소비자의 16%는 에어팟을 구매했다는 말이 된다.
물론 에어팟은 일반적인 블루투스 이어폰으로써 작동하여, 애플 기기를 사용하는 소비자 말고도 모든 사용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가 200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9%가 이어폰 브랜드로 애플을 가장 선호했으며, 가장 큰 이유는 착용 시 편리함(Comfort & Fit)과 쉬운 사용법(Ease of use)을 꼽았다. 다른 이유로는 휴대성(Portability)과 음질(Sound quality)이 뒤를 이었다.
(200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무선이어폰 브랜드 선호도 및 선호 이유 설문조사)
무려 10년이 넘는 투자와 연구의 산물
에어팟이 착용 시 편리함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데에는 단순히 오픈형 디자인에 그치지 않는다. 에어팟의 전신은 2012년에 처음 공개된 애플의 이어팟(EarPods)이다.
(출처: 2012년 애플 이벤트)
(위: 단순한 원형으로 된 애플의 구형 오픈형 이어폰.)
(아래: 새로운 디자인의 이어팟.)
애플은 이어팟 이전에도 항상 오픈형 이어폰을 모든 아이폰과 아이팟 제품군에 기본으로 제공했었다. 하지만 아주 단순한 원 모양의 오픈형 이어폰이었고, 소리가 귀 안에서 분산되어 오픈형 이어폰의 단점을 모두 떠안고 있었다. 음질은 당연히 별로였다.
(이어폰 하나 만드는데...3년?)
애플은 모두의 귀에 더 편하게 들어맞으면서 음질도 훨씬 더 좋은 이어폰을 무려 3년 동안 개발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어팟이다.
(첫 번째 이어팟(EarPods) 공개 영상에서 보여주는 이어팟의 개발 과정)
어떻게 이어폰 하나를 만드는데 3년이나 걸렸을까? 애플에 따르면 다양한 사람의 수 많은 귀 모양을 3차원으로 스캔하여 가장 공통되는 이어폰의 모양와 부피를 유출해냈다고 한다.
(첫 번째 이어팟(EarPods) 공개 영상에서 보여주는 에어팟의 작동 원리)
또한 이어팟은 귀의 외이도 구멍 쪽으로 바로 소리를 방출하는 디자인을 채택하여, 인이어 이어폰보다는 차음성이 떨어지지만, 귓구멍을 아예 막아버리지는 않아 착용감은 훨씬 더 좋으면서 이전 오픈형 이어폰이 비해 차음성과 음질이 크게 개선되었다.
에어팟은 이런 이어팟의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하였다. 그러므로 에어팟의 개발은 사실상 10년 전인 2009년에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 지점부터가 달랐다.
무선이라는 난제를 해결하는데 걸린 또 다른 3년
이어팟의 디자인이라는 탄탄한 기반으로 시작한 에어팟은 무선이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걸 해결하는데도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애플 이벤트. 아이폰 7과 함께 에어팟이 공개되었다)
'무선 이어폰의 난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배터리 사용시간. 두 번째는 연결 방식 및 연결 안정성이었다. 에어팟 이전의 무선형 이어폰은 배터리 사용 시간이 너무 짧았고, 연결하기가 불편했으며 연결을 해도 지연이 심하고 연결 상태가 항상 안정적이지 못했다.
또한 애플은 에어팟을 통해 "무선이기 때문에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살려냈다고 자랑했다.
(2013년 애플 Passif Semiconductor 인수)
애플은 2013년에 Passif Semiconductor라는 반도체 회사를 인수했다. Passif Semiconductor는 '굉장히 적은 전력으로 구동되는 블루투츠 칩'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이것이 바로 에어팟의 중심이 되는 W1 칩의 전신으로 추정된다. 에어팟이 2016년에 발표되었으니, 애플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에어팟 같은 제품을 구상해왔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아직 W1 칩이 정확히 무슨 역할을 어떻게 하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에어팟의 효율성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에어팟은 경쟁 제품과 비교해도(갤럭시 버즈보다 배터리 용량이 더 작다) 엄청나게 작은 소형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으나 사용 시간은 뒤처지지 않는다.
(2016년 애플 이벤트. 필 쉴러가 에어팟 내부의 설계를 설명하고 있다)
W1 칩과 함께, 이전 유선 이어폰에서는 단순히 선의 시작 부분이었던 긴 stem 부분이 에어팟에서는 배터리와 블루투스 안테나가 내장되어있다. 에어팟의 블루투스 연결이 비교적 안정적인 데는 W1 칩은 물론 안테나 디자인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초창기에 많은 사람의 조롱거리가 된 에어팟)
많은 사람이 에어팟의 콩나물스러운 디자인을 비판했지만, 애플은 단순히 귀찮아서 이어팟의 디자인에서 선만 자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외관적인 깔끔함보다는 기능성을 더 생각한 것이다. 배터리와 안테나를 긴 stem 부분으로 옮김으로써 에어팟의 본체에는 이미 준수한 이어팟의 acoustics(음향 시스템)을 탑재할 수 있고, 또한 에어팟에 특화된 각종 센서도 추가할 수 있었다. 또한, 마이크가 긴 stem의 끝부분에 위치한다. 마이크가 입에 더 가까워져 인식률도 더 좋아진다.
(위: 착용을 감지하는 적외선 센서. 아래: '두번 탭하기' 기능과 음성 인식을 위해 사용되는 가속도계)
이런 센서 덕분에 에어팟은 위에 필 쉴러가 말한 대로 '무선이라서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러운 사용자 경험으로 살려냈다. 적외선 센서가 착용 여부를 인식하고, 가속도계 덕분에 에어팟을 톡톡 두드려 재생을 제어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뭘 할 수 있냐의 문제가 아니라, 무선이어폰을 무선답게,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이어폰을 끼고 있다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 위해 한쪽을 빼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행위이다.
드디어 "좀 쓸만한" 무선이어폰
(닥터몰라와 STUDIO51의 에어팟 리뷰)
또한, 에어팟은 무선이어폰의 평가 기준이 되는 모든 기술적인 부분에서 훌륭하다. 에어팟은 음질이 아니라 편리함 때문에 쓴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 닥터몰라 음향리뷰는 "음색 면에서는...대다수의 고가의 커널형 이어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매우 잘 설계되었으며 표준 레퍼런스 이어폰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라고 평했다.
(130ms의 지연시간은 거의 대부분 상황에서 인간이 느낄 수 없다)
무선이어폰은 말 그대로 기기에서 오디오 데이터를 이어폰을 향해 '무선으로' 전송하기 때문에 유선 이어폰에 비해 지연시간이 있다. 즉 기기에서 소리를 출력할 때와 이어폰에서 실제로 소리가 들리는 때의 미세한 시간 차이가 있다. 무선 기술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에어팟은 이렇게 무선이어폰에서 가장 중요한 성능 중의 하나인 '지연 시간'도 경쟁 제품 중에서 가장 짧다. (물론 현재 갤럭시 버즈의 지연 시간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
이 말은 영상을 볼 때 비디오와 오디오의 싱크가 맞으며, 게임을 할 때도 갖가지 효과음이 화면에 보이는 것과 같이 제대로 들린다는 말이다.
비싸지만 비싸지 않은 가격
(에어팟 출시 당시 경쟁 제품의 가격)
마지막으로 $159의 가격이 비싸다는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사실 그때 당시 경쟁사의 완전 무선형 이어폰에 비하면 오히려 더 저렴하거나 비슷한 편이었으니,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었다.
(출처: https://www.0db.co.kr/xe/REVIEW_0DB/14390)
또한 0db.com의 에어팟 리뷰에 따르면 에어팟은 이어팟과 같이 제조가 어려운 고가의 진동판을 사용하여 오픈형 이어폰임에도 불과하고도 좋은 음질을 낸다. 이는 보통 크기가 훨씬 더 큰 10만 원대의 헤드폰에서 사용되는 진동판으로서, 애플이 이어폰을 만들 때 좋은 부품을 쓰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해준다.
결론적으로 에어팟은 따지고 보면 10년이 넘게, 애플이 수 년 동안 축적해온 반도체, 음향 설계, 소프트웨어, 디자인 기술력이 모두 거의 완벽하게 어우러진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경쟁사들이 모든 면에서 에어팟에 대적할만한 제품을 내놓는 것을 보면 에어팟이 얼마나 앞서 있었던 제품인지 알 수 있다.
에어팟의 다음 숙제
이제 에어팟은 소비자가 무선이어폰에 가지는 기대치를 다른 차원으로 높여놓았다. 출시된 지가 2년이 지난 지금, 더욱더 개선해야 할 점도 분명하다. 음질, 무선 충전, 차음성, 생활방수, 마이크 성능(통화 시 소음차단), 여러 기기간의 전환 등등...
2세대 에어팟에 관해 많은 수 많은 루머가 있지만 필자의 입장에서는 아직 나오지 않은 이상 루머에 대해 얘기하는 건 희망 고문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모두가 예상하는 개선을 떠나 새로운 W 시리즈 칩이 어떤 새로운 기능을 가능케 할지, 지난 2년 동안 애플의 오디오 팀과 디자인 팀이 또 어떤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개발해왔을지 기대가 될 뿐이다.
애플이 단순히 '스펙 향상된 에어팟'을 내놓으려고 2년을 넘게 기다리지 않았기를 바래본다.
2019/03/18 - [사용팁] - 아이폰 아이패드 왔다 갔다 하면서 에어팟을 가장 손쉽게 전환하고 연결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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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by tecialist